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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 보고 살아가는 것/삶과 믿음-정은광교무

lotuspond 0 237 2017.10.08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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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 보고 살아가는 것


삶과 믿음

몸이 아프면 마음도 아프게 된다. 지난 며칠 동안 고관절 통증을 참다 참다 검진을 하고 결국 병원 신세를 지게 됐다. “기계도 20년 정도 사용하면

다 닳는데 사람이야 오죽하랴”라는 말들을 흔히 한다.

틀린 말은 아닌가 보다. 젊을 때 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일촌광음이 불가경이라. 인간의 삶은 시간 속에 또는 그 터전 속에 놀다

잠시 저녁 해 질 녘의 그림자처럼 사라지고 마는가 하는 생각마저 하게 된다.   
  
지난 보름 동안 병원생활을 하면서 이것저것 생각을 하게 됐다.

하루하루 몸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 많을수록 마음이란 것도

가볍지가 않다는 것을 느꼈다. 
  
하루는 허리가 아프신 70대 할아버지가 내 침대 곁에 자리를 잡으셨다.

그는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트럭을 운전하며 논밭 일을 하셨다고 한다.

어느 비 오는 날 동네 커브길에서 잠시 신호 대기 중이었는데 옆에서

갑자기 헌 봉고차가 할아버지 차를 들이받았다.

그 사고로 그는 고관절이 탈골되고 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어

병실에서 6개월을 누워 계셨다. 그때 허리도 다쳤는데 이번에

그 자리에 또 탈이 나서 입원을 하셨다고 한다.   
  
사고가 나기 한 5개월 전에 할아버지가 살던 동네 교회에 늙고

가난한 목사님 부부가 오셨다. 부부는 마을사람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교회에 와주십시오” 하고 부탁하고 다녔다.

그렇게 말하던 그 목사가 하필이면 자기 트럭의 옆구리를 받은 운전사였다. 이 차는 책임보험도 들지 않아서 결국 합의를 보지 못해 목사님은 구속됐다. 
  
어느 날 목사님 부인이 손주를 등허리에 업고 찾아와서

“합의만 봐 주시면 목사님이 풀려날 수 있다”며 간청했다.

이후에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환자와 가족을 찾아와 호소하는 바람에

결국 아무 조건 없이 합의를 해 줬다. 그 뒤로 목사님은 풀려났고

할아버지는 자신의 땅을 팔아서 치료비를 마련했다.
  
이 말을 듣고 있자니 갑자기 내 옆에 누워 계신 할아버지가

더 존경스러워졌고 나는 마음이 편안해졌다.

“내가 조금 손해 보고 사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 일이더냐”는

말씀이 생각났다. 나이만 먹는다고 철이 드는 것은 아니다.

삶에서 내가 손해 보고 사는 것이 진정한 철이 드는 것이라는 걸

가슴으로 느낀다. 
  
살아가는 데 종교가 중요하지만 한 생각 한 생각이 청정한 마음을

가진 사람을 이길 수 없다. 내가 더 손해 보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기도를 열심히 하는 사람보다 배고픈 사람에게 밥 한 술 주는 사람이

더 아름답다. 자신의 존재가 아니라 존재하는 그 자리가 아름다워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정은광 교무 
원광대 박물관 학예사. 미학을 전공했으며 수행과

선그림(禪畵)에 관심이 많다.

저서로 『마음을 소유하지 마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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