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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눈을 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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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내가 눈을 감으면 태양도 사라진다

 

사르트르(1905-1980)의 '구토'를 읽었다. 우리는 그를 실제로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

실존주의 프랑스 철학자,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시몬 드 보부아르와의 계약결혼,

1964년 노벨문학상 거부 등 그를 대표하는 인용구들이 많이 있다.

내가 처음 이 소설을 접했을 때는

대학입시에서 낙방한 후 절망의 늪에서 헤맬 때였다.

'구토'의 참 의미를 이해하지는 못했어도 'Life begins on the other side of despair'라는

문장에서 가느다란 희망을 읽었고 내가 눈을 감으면

태양도 사라진다는 자유를 그를 통해 배웠다. 

구토는 1938년에 발표된 그의 대표작이다. 이 책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주인공 로캉탱은 서른 살의 독신 남으로

연금에 의존하며 도서관에 틀어박혀 롤르봉 공작의 역사상 인물의 전기를 쓴다.

도서관과 카페만 오가는 외롭고 단조로운 나날을 보내면서

가끔씩 신기한 역겨움을 느끼는데 그 감각이 바로 구토감이다.

바닷가에서 주운 조약돌이나 카페 점원의 멜빵을 보았을 때 공원 벤치에 앉아

마로니에 나무의 뿌리를 바라보다가 심한 구토를 느낀다.

그는 구토감이란 사물이 있다는 것, 즉 사물의 실존 때문에 온다는 것을 배운다.

겉에 보이는 베일을 벗고 갑자기 눈앞에 있는 존재 즉 실존이 드러나는 체험을 구토감이라 믿는다.

하지만 카페에서 자주 듣는 재즈음악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일시적인 것이고

그 음악을 듣는 순간만큼은 유일하게 구토에서 해방된다.

인간이 세계에 부여한 가치와 의미가 벗겨지고 세계가 무의미하게 발가벗고

의미도 이유도 없이 존재하는 부조리를 깨닫게 된 로캉탱은,

인간들이 쉽게 세계에 안주하며 인간의 권위와 가치,

의미를 의심하지 않고 반항 없이 받아들이는 삶을 비판하고 결국 전기 쓰는 일을 단념한다.

마을을 떠나기 직전 카페에서 그 재즈음악을 들으면서 소설을 쓰기로 결심하며 이 소설은 끝이 난다.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라는 명제를 쉽게 풀어보면, 인간이 만든 물건들은 필요성에 의해

본질이 결정된 후에 존재하게 된다.

하지만 인간은 어떤 목표를 가지고 태어난 것이 아니다.

인간은 세상 속에 내버려진 존재다. 따라서 인간은 외롭고, 절망하고,

비참하기 때문에 스스로 창의적으로 우리 삶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고 행동으로 보여 주어야 한다.

이렇게 무의미한 삶을 자유로운 선택으로 채워나가는 과정을 그는 실존으로 본다.

아무런 존재 이유 없이 실존하고 있는 과정에서 구토를 느낀다.

즉 세상의 부조리와 편협에 익숙해지고

타성에 젖어 의심 없이 그냥 살아가는 존재들에 구토를 느낀다. 

사르트르는 아버지 없는 유년기를 외갓집에서 고명한 독일어 학자였던 외할아버지의 서재에서 보냈다.

방대한 책들에 둘러싸여 자연히 책과 친해졌고 초등학교 전에 '보바리 부인'을 읽고

외할아버지와 시로 서로 편지를 주고 받았다 하니 과연 신동이다.

그는 또한 22살 때 그보다 3살 아래인 당대 최고의 지성인

시몬 드 보부아르를 만나 계약결혼을 했고 그들의 관계는 그가 죽을 때까지 지속되었다.

계약결혼이란 서로의 자유를 구속하지 않고 동료관계를 맺는 것으로 그 당시 사회적인 법이나 제도,

상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들이 보여준 행위 예술이었다. 

세계 1.2차 대전을 겪으며 포로생활을 체험한 그는 급박한 국제정세를 타고

 '행동하는 지식인'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1964년에는 자전적 형식의 글인 '말'로 노벨문학상을 받았으나

작가는 어디에 소속되어서도 안 된다며 이를 거부했다.

20세기 최고의 지성인인 사르트르는 철저한 자기비판으로 민중과 함께한 진정한 자유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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