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의 기부
권정희
천문학적 부란 어떤 것일까.
억만장자 전 뉴욕시장 마이클 블룸버그가 명쾌하게 정리를 했다.
거대한 부의 현실이란 ‘(평생) 다 쓸 수도 없고 (죽을 때) 가지고 갈 수도 없는 것’이라고 했다.
쓸데는 많고 가진 것은 적은 우리 서민들은 상상할 수 없는 ‘4차원’의 세계이다.
그렇다면 써도 써도 흠집도 나지 않는 태산 같은 재물을 어떻게 할 것인가.
최선의 방법은 가장 큰 만족을 주는 일에 쓰는 것. 바로 기부, 자선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가 ‘기부서약(Giving Pledge)‘ 편지에 담은 내용이다.
부의 피라미드 최정상 부자 한명의 재산이 피라미드 하부 1억 6,000만명이 가진 것 보다
많은 기현상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는 부자에 대한 반감이 깊지 않다.
불평등에 대한 분노가 부자 개인에 대한 분노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부자는 자선을 의무로 여기는 오랜 전통과 상관이 있다.
최고 부자 순위와 아울러 최고 기부자 순위가 늘 발표되는 배경이다,
지난 10월 포브스는 2017년 기준 최고 기부자 50명을 발표했다.
1위는 4년 연속 선두주자인 워렌 버핏. 지난해 28억 달러를 기부했다.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20억 달러, 나머지는 사별한 부인 수잔 톰슨 버핏 재단과
세 자녀가 설립한 3개 재단에 나눠서 기부했다.
2위는 빌 게이츠 부부. 에이즈, 폐렴, 말라리아 퇴치 재단 등에 25억 달러를 기부했다.
3위는 18억 달러를 기부한 블룸버그. 월튼 가족, 조지 소로스, 마크 저커버그 부부가 뒤를 이었다.
자선을 행하지 않으면 아무리 부자라도 맛있는 요리가 그득한 식탁에 소금이 빠진 것과 같다고
탈무드는 말한다. 가질수록 나눠야 맛인데 혼자 움켜쥐면
인생의 참 맛을 알 수 없다는 말. 맛없는 인생이라는 말이 된다.
그렇다고는 해도 미국 억만장자들의 기부는 그 규모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거의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대규모 기부 전통은 19세기에 시작되었다.
국제금융인으로 거부가 된 조지 피바디가 선구자이다. 동부의 여러 대학, 도서관, 박물관 등에
피바디 이름이 붙어있는 것은 19세기 중반 그의 기부와 자선의 결과이다.
그는 미국 자선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리고는 30년쯤 후 피바디를 모델 삼아 자선사업을 전국 단위로 펼친 인물이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이다. 카네기는 ‘부자 철학’이 분명했다.
19세기 후반 미국에는 자수성가 부자들이 많아지고 신흥 부자계급이 형성되면서
부의 불평등 현상이 깊어졌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 부자들은 검소한 생활을 하고
남는 재산을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그는 부자들에게 훈계를 했다.
백만장자가 재산을 가진 채 죽으면 정부는 세금을 호되게 매김으로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