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존 바에즈의 공연을 유튜브로 보고 들었다. 파리에서 가진 고별공연 실황이었다.
팔순을 바라보는 존 바에즈는 보기 좋고, 노래도 정말 좋았다.
은발의 용모에서는 멋있게 늙은 사람의 당당한 자신감이 절로 전해졌고,
노래도 젊은 시절 같은 청아한 고음은 아니지만 인생의 연륜이 녹아 있는 목소리로
음악을 완전히 장악하고 가슴으로 부르는 노래라서 참 듣기 좋았다.
내친 김에 아르헨티나의 국민가수 메르세데스 소사(1935-2009)와 둘이 부르는
'삶에 감사하며(Gracias a la Vida)’도 찾아서 들었다. ‘집콕’ 생활과 유튜브 덕에 가진 호강이다.
요새는 보기 좋게 나이 들고, 멋지게 늙어가는 사람이 부럽다.
우리말로 하면 ‘곱게 늙는 것’을 바라는 것이다. 겉모습도 그렇지만
내면의 정신세계가 아름다운 사람이 부럽다.
아름답다는 말은 예쁘다, 곱다는 말보다 한층 넓고 깊은 뜻이다.
보기 좋게 나이 먹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남자들은 그런대로 나이를 먹을수록 중후한 멋과 연륜이 느껴지는 수가 많다.
그에 비해 여성들은 멋지게 늙기가 무척 어려운 것 같다.
무척 애를 쓰는데도 여기저기 늘어지고 처지고 탄력 없어지고 자글자글 얼룩덜룩 색깔 변하고….
정성껏 물들인 머리카락 사이로 삐죽뾰죽 얼굴을 내보이는 흰색 머리카락도 신경질 난다.
아무튼, 그래서 보기 좋게 나이 든 이를 만나면 무척 반갑고 고맙고, 닮고 싶어진다.
나도 저렇게 품위 있고 당당하게 나이를 먹었으면 좋겠다는 부러움….
보기 좋은 나이 먹음은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겉모습이야 타고난 것이니 어쩔 수 없지만,
내면의 멋은 어떻게 살아왔는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에서 우러나는 부분일 것이다.
이를테면, 그윽하고 너그러운 눈빛, 편안한 미소나 연륜의 향기 같은 것….
그런 멋의 첫 걸음은 나이 먹고 늙어가는 현상을 자연스럽고 당당하게 받아들이는 여유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나이 들기를 거부하고 무리를 할수록 더 많은 짜증과 초조함이
얼굴에 나타나게 마련이다. 감출 수 없다. 사람은 누구나 늙고, 죽는다.
머리 물들이기도 그렇고, 병원 신세 지며 인위적으로 펴고 땅기고 고치고 하는 정성도 그렇다.
효과는 잠시뿐이다. 고친 데 또 손대야 하는 고난의 행군이 거듭될 뿐이다.
TV를 보면 그런 진리를 몸소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연예인들이 수시로 출몰한다.
(아, 그 덕에 의사들은 한없이 부자가 된다.)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물들인 머리보다는 자연스러운 흰 머리가 한결 품위 있고 아름답게 보인다.
화장을 지나 분장도 넘어선 변장으로도 나이를 감출 수는 없다. 민낯이 훨씬 아름답다.
주름살은 자랑스러운 연륜의 훈장이다. 감출 이유가 전혀 없다.
예를 들어, 테레사 수녀님이나 제인 구달 박사의 주름살은 내면의 당당함에서 우러나오는 품격으로 읽힌다.
정말 멋지다. 인디언 추장들의 사진에서 보는 굵은 주름도 그런 고집스러운 신념의 상징이다.
다행스럽게도 내 주위에는 멋지게 나이 먹고 보기 좋게 늙어가는 분이 여러 분 있다.
고맙고 자랑스럽다. 나도 그 비슷하게라도 되었으면 좋겠다는 꿈을 가져본다.
그러려면 이제부터라도 마음을 바르게 먹고, 착하게 살아야겠는데…. 너무 늦었나?
아니, 세상에 너무 늦은 것은 없다! 나는 착한 사람이다!